[마음살림편지] 이즈음 꽃과 나무 – 2020년 입하무렵 소만즈음( 5월)

봄꽃들로 가슴 뛰는 이즈음 

 

어린잎이 노루귀 같다는 노루귀’,

사계절이 뚜렷하고 저마다의 특색이 아름다운 우리나라에서도 봄처럼 모든 사람이 고개를 길게 빼고 기다리는 계절이 또 있을까요저 역시 매서운 추위가 조금 주춤하다싶으면 매화나무에 꽃눈이나 나목의 초록 잎 끝자락이라도 만날까 눈으로 훝으며 걷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만나면 아견디어 냈구나살아있었구나 하면서 뛰는 가슴을 쓸어내립니다향기로 먼저 다가오는 매화를 비롯해 꽃 모양이 흰 밥 같다는 이팝나무’, 좁쌀만큼 작은 조팝나무목련구분이 어려워 냄새로 알아보는 생강나무와 산수유‘, 마치 결심하고 지는 듯 한참 예쁠 때 미련 없이 툭떨어져 더 애틋한 동백‘, 봄맞이 하는 영춘화와 개나리가 있어 도심에서도 봄이 왔음을 알게 합니다.

초본으로는 솜털에 싸인 어린잎이 노루귀 같다는 노루귀’, 밑을 향해 피는 모습이 치마를 닮은 처녀치마’, 꽃잎이 뒤로 젖혀지면서 피어 두 손 들고 환호하는 모양새의 얼레지‘, 눈 속에 피어나는 복수초‘, 냄새가 향긋해 향수의 재료로도 쓰이는 청초한 은방울꽃‘, 맑은 가을하늘이 내려앉은 듯 신비한 하늘색의 현호색‘ 등 일부러 만나러 가야하는 야생화가 있지요어떤 꽃은 1년 새 세력을 넓혀 더 많이 보이기도 하고 어떤 꽃은 손을 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해서 매년 그 안부를 물으러 가기도 합니다.

그 뿐인가요우리가 눈여겨보면 어디에서나 냉이’, ‘꽃다지’, ‘제비꽃’, ‘광대나물’, 도르르 말려서 피는 하늘색의 앙증맞은 꽃마리’, 바라만 봐도 지는 것 같은 봄까치꽃’, 그늘에서도 잘 피는 아주 작지만 무리지어 흔들리는 모습이 너무 예쁜 봄맞이 꽃’, 작고 아래를 향해 피는 까닭에 지나치기 쉬운 금강애기나리’,그리고 눈에 확 뜨여 일부러 못 본척하기가 어려운 민들레가 지천입니다.

박완서의 어른을 위한 단편동화 옥상의 민들레꽃에서 민들레는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아파트 옥상에 죽으려고 올라갔던 어린소년을 살리는 꽃으로 나옵니다시멘트 범벅의 옥상에서 채 한 숟가락도 되지 않을 흙먼지 속에 핀 민들레를 본 소년이 부끄러운 마음에 집으로 돌아가 가족의 사랑을 확인한다는 내용인데 정말 자신의 엄마(씨앗)를 머리에 이고 딱딱한 흙을 뚫고 올라온 가녀린 새싹을 보며 용기를 내는 사람이 소년 뿐 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그런 이유로 우리가 봄을그 봄이 데리고 올 꽃을 기다리는 것 아닐까요?

 
저녁노을(윤선주/ 한살림연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