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살림편지 20-5] 마음닦기

마음닦기 

거리두기

봄꽃들이 반갑게 피었다가 차례대로 지고 또 다른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작약이 화려하게 지상을 수놓고 찔레꽃이 하얗게 눈을 뜹니다. 녹차 새순이 쑥쑥 올라오고 감나무잎이 제법 무성해지면서 이제 이 산의 초록이 완성되었습니다. 산에 밭에 손가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차를 만드는 와중에 마늘쫑을 뽑고 머윗대를 자르고 쑥을 뜯고 잎채소들을 솎았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석달을 넘어서면서 자연의 변화를 매순간 감지하고, 작은 풀들과 작은 꽃, 미세한 바람들과 함께 숨쉬고 함께 걷는 일에 익숙해졌습니다. 숲길을 걸으며 숨을 들이쉬면, 온 산의 바람들이 내 숨으로 빨려들어옵니다. 입으로 후- 내쉬기도 하고 코로 부드럽게 내쉬기도 합니다. 천천히 숨을 내쉬고 있으면 마음이 적적하고 고요해집니다.

소나무숲을 거친 바람이 쏴아 불어와 내 옷깃에 닿으면 두 팔을 활짝 펼쳐줍니다. 온 몸으로 바람을 맞이하고 온 몸에 바람이 스며들도록 두 팔을 열고 바람을 받아들입니다. 태초로부터 지금까지 이 지상을 흐르는 바람. 지구의 모든 공간을 돌고, 지구의 모든 시간을 함께한 바람이 이제 ‘지금 이순간의 나’에게 왔습니다. 바람이 내 몸 구석구석에 스며들고 뼈속까지 통과해 지날 때, 내 몸 속의 찌꺼기와 독들을 함께 휩쓸어갑니다. 그리고 그 시원함이 마음에까지 닿을 때, 내 마음 속에 있는 긴장과 불안, 걱정, 두려움과 자신없음도 미련없이 떠나보냅니다. 숨을 들이쉬며 다섯 발짝 걷고 숨을 내쉬며 일곱 발짝 걸어봅니다. 등 뒤로 머리 위로 새들이 날아다니며 조잘거립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 생명의 힘찬 아름다움과 하늘의 사랑을 온 몸으로 느끼며 황홀한 자연에 다만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아름다운 5월

꽃봉오리들이 모두 피어났을 때

나의 마음속에도 사랑의 꽃이 피어났네.

이 아름다운 5월에

새들이 모두 노래할 때

나도 그 사람에게 고백했네.

나의 그리움과 소망을.

이토록 아름다운 5월에.

슈만, 시인의 사랑 제 1곡. ‘아름다운 5월에’. 하이네 시

 

“일상에 치여 숨 돌릴 순간조차 버거운 지금, 여유를 가지자는 말은 사치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유는 없어서는 안 될 순간이고 감정입니다. 여유는 때때로 부드러운 권유가 아닌 강령이 되어야 합니다…..”

 

자상 (정현숙 한살림연수원 마음살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