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살림편지 20-07 소서] 이즈음 풍경

화과동시(花果同時) 연꽃 앞에서

 

연꽃은 여름꽃이다. 이제부터 한창 피어난다. 칠팔월 뙤약볕에 모든 생명붙이들이 더위로 지쳐있을 때 그 폭염 속에서도 오히려 더욱 맑고 서늘하게 피어나는 꽃이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그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연꽃의 이런 품성과 아름다움을 칭송하여 흔히 지상에서 핀 천상의 꽃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연꽃의 여러 미덕 가운데 처염상정(處染常淨)과 함께 화과동시(花果同時)라는 말이 있다. 꽃과 열매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대개의 식물이 꽃이 진 뒤에야 열매를 맺는 것과 달리 연꽃은 꽃이 피면서 동시에 제 품 속에 열매를 품고 길러내어 꽃이 다 지기 전에 자신의 열매를 확인할 수 있다.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드러나는 것이다.

연꽃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삶과 죽음이 곧 둘이 아니라는 생각이 스친다.

잘 사는 것 못지않게 잘 죽는 것이 중요하다. 죽음이란 생의 마무리이기 때문이다. 태어났기에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살아간다는 것은 곧 죽어간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깨어있어야 하는 것은 잘 죽기 위해서란 경구가 있을지도 모른다.

흔히 웰빙(wellbeing) 못지않게 웰다잉(well-dying)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싶다.

이처럼 잘 사는 것이 곧, 잘 죽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연꽃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현재의 꽃 모양과 상태가 어떤가가 그대로 열매의 모습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의 열기를 맑고 서늘한 기운으로 눈부시게 꽃피워내어 달고 그윽한 향기를 아낌없이 나누는 연꽃 앞에서 나의 삶과 죽음을 생각한다.

 

삶이 꽃피워 맺은

 

 

죽음이란 삶의 꽃에서 맺힌 열매

삶의 꽃이 지고

그 꽃 진 자리에서 죽음이란 열매가 맺힌다

내가 태어났을 때 나의 죽음도 함께 태어났다

삶의 탄생이 곧 죽음의 탄생이기도 한 것은

삶 없이는 죽음 또한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잘 죽기 위해  잘 살아야 하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은 잘 죽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나의 이번 생이

나의 죽음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깨어있는 삶 속에서

이번 생의 열매인 나의 죽음도 그리 깨어있고 싶었다

처염상정의 저 연꽃이

맑고 눈부신 자태와 그윽한 향기

아낌없이 나누며

그 품속에서 제 씨앗을 길러내다가

씨앗 영글면 마지막 꽃잎 떨구듯

나의 삶으로 꽃피워 맺은

나의 죽음 또한 그리 맑고 환할 수 있기를

 

                                    여류如流 이병철  ( 한살림연수원 마음살림위원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