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살림편지 20-07] 절기이야기 – 소서, 대서

복날, 하늘과 땅의 기운 살피며 엎드려 삼가하던  조상들의 슬기

어느덧 시절은 하지(夏至)와 단오(端午)를 지나 바야흐로 ‘한녀름’ 입니다. 동지를 시작으로 등줄기를 타고 오르던 맹렬한 열기(陽氣)도 하지를 지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들고 소서(小暑), 대서(大暑)에 이를 때까지 남성은 바른쪽, 여성은 왼쪽 세 개의 갈비뼈에서 청량한 기운(음기)이 오르기 시작할 것입니다.

하지에서 입추에 이르기까지 녀름 시절을 표현하는 ‘삼복더위’ 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夏至) 뒤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初伏), 넷째 경일(庚日)을 중복(中伏), 입추(立秋) 뒤 첫 경일(庚日)을 말복(末伏)이라고 합니다.

삼복은 우리 겨레에게만 있는 속절(俗節)인데 천간(天干)의 일곱 번째인 경(庚)이 드는 날을 왜 복(伏)날이라고 했을까요. 연원을 알아보면 시절에 대한 우리 겨레의 슬기를 알 수 있습니다. 원래 천간(天干)은 기운의 성격(性格)에 해당하고 지지(地支)는 실천적 방법론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그날 그날의 운세(運勢)를 일진(日辰)이라 하여 하늘과 땅을 자기 안에 모신 존재로서 마땅히 합일(合一)을 이루기 위한 여러가지 실천적 방법론을 만들었는데 이러한 모심(侍)의 문화가 사라진 지금에는 ‘손 없는 날’ 이라 해서 혼인, 이사, 장 담기 등 중요한 행사(行事)를 하는 풍습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아직까지 온전하게 남아있는 모심(侍)의 문화 하나가 경신(庚申)일에 마음을 고요히 바루면서 잠을 자지 않고 눕지 않으면서 하루를 온전히 닦아가는 수경신(守庚申) 입니다. 경(庚)이라는 천간(天干)의 성격을 이로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말이 경일(庚日)입니다. 경일은 몸을 이루고 있는 상중하(上中下)단전(丹田)의 흐름이 불안(不安)해지는 날인데, 이것은 머리(天)와 배(地)를 이어주는 가슴(人)의 기능이 허약해지고 막히게 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경일(庚日)의 성격을 나타낸 말이 ‘엎드리다’ 라는 뜻의 복(伏)’ 입니다.특히 천간(天干)의 경일(庚日)과 지지(地支)의 신일(申日)이 만나는 경신일(庚申日)은 이 현상이 극에 달하는데 이날 하루만은 가슴의 기능을 받쳐주는 등뼈를 기대거나 누이지 않고 반듯하게 세워서 모셔진 하늘과 땅을 오롯하게 이어주는 것입니다. 굴복(屈伏)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리사랑’이 자연(自然)이라면 ‘치사랑’은 그에 대한 도리(道理)이며 이것이 모심(侍)에 대한 기름(養)의 마땅함이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삼복더위에는 염소뿔도 녹는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더위가 극성(極盛)인 철에 기운이 허약해지면 신일(申日)이 들지 않아도 경일(庚日)에 생명이 위태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그것을 극복(克復)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은 슬기롭게 삼복(三伏)이라는 속절(俗節)을 정한 것입니다.

엎드릴 복(伏)이라는 글자처럼 사람의 기운이 허약해져 엎어진 것이고, 이날은 모든 일을 쉬고 팥죽이나 음식과 술을 장만해 산과 계곡에서 탁족(濯足)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올해의 초복은 7월 16일인데 공교롭게도 경신일(庚申日) 입니다. 수경신(守庚申)은 고사하고 하루 쉬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하늘과 땅의 기운을 살펴 경일(庚日)을 경계하고 엎드려 삼가했던 옛 어른들의 슬기를 떠올리며 생명을 돌보기를 기대합니다.

 

이즈음 먹거리 – 닭

‘복달임’ 이라고 해서 한 녀름 허해진 기운을 북돋우기 위한 음식들이 있습니다. 더위를 먹었을 때에는 열독(熱毒)을 다스리는 팥죽을 쑤어서 먹고 일반적인 경우에는 고깃국을 해 먹었습니다. 가장 효과가 좋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는 닭입니다. 닭은 아래 눈꺼풀을 위로 올려 눈을 감는 독특한 몸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운의 운행구조를 짐작할 수 있는데 눈꺼풀을 아래로 감는 사람의 기운과는 반대입니다.그래서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기운을 역행시켜서 풍(風)을 일으키지만 적당히 먹으면 기운의 흐름에 자극을 줘 오히려 엎어진 기운을 일으켜 세울 수 있습니다. 

복달임으로는 기운이 강하지 않은 어린 닭을 쓰거나 인삼이나 마늘같이 사람의 기운을 더하는 재료를 넣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다 자란 닭을 이용할 때에는 무우를 같이 달이거나 섞어서 닭의 기운을 완화시켜 주면 됩니다.

 

학산 (이정훈 한살림연수원 마음살림위원)